출처 : 네이버포스트 리빙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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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대 르네상스기 지어진 프랑스 리옹의 역사적인 건물이 기하학적 조형미를 더해 모던한 주거공간으로 변신했다.
르네상스기의 원형을 찾아서
육중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는 1500년대 르네상스기 아파트.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아치형 입구를 통과할 때마다 마주치는 빛과 그림자의 향연은 흡사 고성에 들어온 듯 신비롭게 느껴진다. 리옹의 한 수학자가 보금자리로 선택한 이 아파트는 오래된 역사만큼 흥미로운 전설도 갖고 있다. 500년 전
부유한 상인이 이 건물을 지으며 돌들 사이에 큼직한 다이아몬드를 숨겼다는 이야기부터 점성가 노스트라다무스가 리옹에 살았을 때 머물렀던 곳이 여기였을지 모른다는 추측에 이르기까지. “집주인의 의뢰를 받고 현장을 답사한 결과 어쩌면 전설이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튜디오 라차비의 건축가 안도니 브리오네스(Andoni Briones)와 페데리코 뫼흘러(Federico Mächler)는 폐허에 가깝게 방치된 집 곳곳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르네상스기 건축의 매력을 감지했고, 이를 현재
에 맞게 되살린다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집주인 또한 원형을 복구하는 데 이견이 없던 터. “하지만 부가적으로 제시한
조건은 꽤 까다로웠어요. 고전미를 살린다고 집이 고루해지면 안 되고, 동시대적 디자인을 가미해 참신함이 돋보이는 집을 요청했으니까요.”
기하학적 조형미로 완성한 집
두 건축가가 집주인과 논의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황금비율’,
‘피타고라스 정리’ 그리고 ‘피보나치 수열’ 등 공간에 일정한 질서를
확립하는 데 유효한 수학 공식이었다. 각별히 모은 아트워크나 앤티크 가구가 없던 집주인은 이상적인 비례를 통해 실내 구조를 조형적으로 연출한다면 그 자체로 인테리어가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두
건축가 역시 이 의견에 동의했고, 찾아낸 해결점은 바로 아치였다. 아치를 기하학적으로 풀어내 공간의 동선을 만드는 입구와 통로를 연출하고 곳곳에 벽감을 만들어 수납과 장식을 동시에 해결한 것.
“아치는 이 집 문을 나서면 즐비한 르네상스기 건축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라 고전미를 복원했다는 데 의미가 있죠. 다만 아치를
짙은 초록색과 청록색 등의 생기 있는 빛깔로 표현해 집 안에 모던한 분위기를 선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건축가가 활용한 아치 모티프는 서로 다른 볼륨의 공간을 물리적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눠 쓰는 데 일조했다. 전체적으로 길고 좁은 형태지만 층고가 무려 4m에 달하는 공간은 아치 벽감과 입구들로 인해 리드미컬한 입체감과 아늑함을 갖게 된 것. “창문으로 햇빛이 들 때면 그
매력이 극에 달하죠.”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며 자아내는 성스러운 분위기. 500년이란 시간 위에 입혀진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진가는 집주인만 누리는 호사다.